보도자료

[신년기획 | 100년 전 그날, 현장을 가다-서울 강북구] '3.1운동 기획자들' 잠든 북한산자락 '초대길' 애국순국선열 16위 중 근현대사 초대직위 역임자 근현대사기념관 연계 '독립정신 교육장'으로 활용

작성자
근현대사기념관
작성일
2019-02-12 13:43
조회
21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수유동 북한산자락. 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낯익은 인물들이 이웃해 잠들어있다. 애국지사·순국선열 16위다. 강북구는 특히 근현대사에서 '처음'인 직책을 맡았던 이들 묘역을 엮어 '초대(初代)길'로 명명했다. 2016년 근현대사기념관을 마련한 뒤에는 학술 연구와 함께 학생·시민들을 위한 독립·민주정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왜 강북에 모였을까 = 강북구 수유동 근현대사기념관 뒤편 북한산자락에 모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16위는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이들이다. 고종의 밀지를 품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의에 참석해 일제 침략의 부당함을 알리고 순국한 일성 이 준, 천도교 3세 교주이자 독립선언식을 기획하고 종교계 인사들을 규합했던 의암 손병희 등이다. 3.1운동 이후 한민족 자주권을 보장하라는 청원을 담은 파리장서를 만들어 파리평화회의에 제출한 심산 김창숙, 해외 독립운동가를 연계하고 민족 지도자들과 독립방법을 논의했던 해공 신익희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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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공무원들이 이 준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 강북구 제공

3.1운동에 앞서 일본 유학 중에 2.8 독립선언에 참여했던 상산 김도연, 일제 강점기 교육자이자 민족계몽운동가로 남과 북 모두에서 배척됐던 몽양 여운형…. 춘헌 이명룡과 평산 신하균은 3.1운동 기독교측 민족 대표와 한국광복군 출신 정치인이고 가인 김병로와 성재 이시영은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과 독립군 양성을 위한 신흥강습소(신흥무관학교) 설립으로 잘 알려져있다. 단주 유 림은 독립운동가이자 무정부주의 정당인 독립노농당을 결성했고 현곡 양일동은 독립운동부터 반독재·민주화운동까지 일관된 삶으로 대표된다. 대한민국 건국 공로자로 꼽히는 동암 서상일과 유석 조병옥, 천도교 지도자 출신 한국독립군 참모장 강재 신 숙까지는 개인 묘역에 모셔져있다.

나머지는 광복군 합동묘역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중국 각지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순국한 선열을 함께 모신 공간이다. 1967년 광북군동지회에서 조성했고 18년 뒤 국가보훈처에서 새롭게 단장했다.

최인담 근현대사기념관 학예사는 "학술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한두명씩 함께 찍은 사진이 있어 서로 관계가 있었던 점은 알 수 있다"며 "남한 단독정부를 반대하고 독립과 민주화 통일을 이야기했던 이들이 (군사·독재정권 시절) 한지로 쫓겨나 묘소를 만들거나 지인이 있어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봉식 근현대사기념관 학예실장은 "여운형 선생 동생의 회고록에 따르면 (미)군정청에서 묘소를 여기밖에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김창숙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이 지관과 함께 살펴보고 묘소를 정했고 이 준 열사 유해를 헤이그서 모셔왔을 때 유족들이 심산 선생이 있어 택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2.8 독립선언서가 3.1운동 자극제 역할을 했고 손병희 선생은 우이동 봉황각에서 독립선언서를 기획했다"며 "3.1운동 앞뒤로 중심적 역할을 했던 '3.1운동의 기획자들'이 모여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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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근현대 역사 오롯이 = 강북구는 민선 5기 이후 16위를 중심에 두고 3.1운동과 강북구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1902년 천도교 지도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건립한 우이동 봉황각도 연결고리 중 하나다. 종교 지도자 교육과 함께 독립정신 교육을 진행, 당시 교역자 483명이 3.1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5인이 여기서 배출됐다. 봉황각 앞쪽에는 천도교 대교당 중앙총부가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손병희 선생이 1918년부터 대교당을 지을 성금을 모금했는데 일부가 독립운동 자금으로 쓰였다고 한다"며 "선열들의 희생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강북구는 3.1운동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했다.

강북구는 2016년부터 문화해설사를 별도 채용해 16위 묘역을 안내하는 한편 이듬해에는 선열들 묘역에 지역 대표명소를 더한 산책로 '너랑나랑우리랑'을 조성했다. 묘역이 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어 정식 탐방로 조성이나 별도 이정표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3명 이상 사전에 신청하면 문화해설사가 직접 안내한다.

특히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초'의 길을 걸어온 이들 묘역은 '초대길'로 엮어 서울 근교 주민들 쉼터이자 역사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신익희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국회부의장이었고 1907년 을사늑약의 무효화를 세계 각국에 호소했던 이 준 열사는 법관양성소를 졸업한 대한제국 1호 검사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은 6.10만세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등 독립운동가를 위한 무료 변론활동을 펼쳤고 독립운동가 양성에 앞장섰던 이시영 선생은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이다. 한국광복군은 임시정부 군대인 만큼 임시정부에 뿌리를 둔 대한민국 초대 국군인 셈이다.

애국지사·순국선열 묘역과 초대길 중심에는 근현대사기념관이 있다. 구한말 동학혁명부터 독립운동과 조국 광복, 민주화 투쟁과 통일운동까지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가 오롯이 담긴 지역 자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한 공간. 16위에 대한 심층적 연구는 물론 독립운동 관련 역사자료 수집·발굴에 주력하는 동시에 특히 3.1운동과 관련해 세계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독립정신, 일상으로 스며들게 = 하나같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나 대통령장 독립장 애국장 애족장이 추서됐을 정도로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애국지사·순국선열 16위'는 여전히 낯설다. 최인담 학예사는 "역사적 가치와 무게가 충분한 공간인데도 국립4.19민주묘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며 "어렵고 슬픈 역사라 해서 피하기보다는 그분들이 살았던 시대로 가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100주년을 맞아 3.1정신이 시민들 일상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접근성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해가겠다"며 "자라나는 세대와 그 가치를 공유하고 세계 속 위상을 정립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